가짜 자존감과 불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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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존심은 강한 편이지만, 자존감이 높은 편은 아니다. 남들의 시선에 내 행동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고, 남을 모방하거나 혹시나 나를 보고 있다거나 어떻게 생각할 거라는 불안감 때문에 하고 싶은 행동을 넣어둘 때가 종종 있다.


그럼에도 내 자존심은 강한 편인 게, 누가 내 행동이나 말에 딴지를 걸거나 나에 대한 비하 발언을 하면 과민반응을 한다.


사실 불과 몇 년 전의 나는 자존감은 물론 자존심도 굉장히 낮았다. 아니, 자존심은 강하지만 표출을 못했었다는 게 맞는 것 같다. 누군가와의 기싸움에서 이길 자신이 없었고, 지금보다 훨씬 심하게 눈치를 봤다. 그런 와중에 사회에 나오고 군대를 다녀오면서 내가 남들에 비해 뛰어나진 않지만 그 사람들보다 부족한 것 또한 없다는 걸 깨닫고 이전에 못 부린 자존심까지 마음껏 부리면서 지냈던 것 같다.


내가 남들에 비해 모자라지 않다는 걸 느꼈던 계기는 책이다. 자존감과 자신감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고, 나의 자존감/자존심이 어느 정도인지 결정하는 건 그저 나의 마음가짐 하나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아무리 모자란 사람이라도 "그래서 뭐"라고 생각을 갖게 되면, 지금의 나처럼 어느 정도 자존감 있어 보이고 자존심이 강해 보이는 행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자존감과 지금 내 가짜 자존감은 다르다. 확실히 다르다. 가짜 자존감은 사실 마음 속에서는 불안하지만, 겉으로는 아닌 척 태연한 척한다. 진짜 자존감은 다른 사람의 말에 경청하고 설령 그게 비난일지라도 듣고 본인 스스로 판단을 내려 반성하는 마음을 갖고 본인의 길로 나아간다. 하지만 가짜 자존감을 갖고 있는 사람을 누군가의 의견에 크게 신경 쓰며 본인이 하는 행동에 남의 생각이 많이 필요 이상으로 크게 개입된다. 본인만의 확실한 길이 없어 늘 갈팡질팡하고 스트레스가 많아진다.


그럼 진짜 자존감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더 이상 책에서 보는 것만이 아니라, 진짜 자존감을 위해서 나 스스로 생각해봐야겠다. 애초에 자존감을 높여 스스로 생각하는 비중이 많아지는 게 목표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이 글을 본다면 함께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일단,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 
불안은 곧 불확실함에서 나온다. 지식이 많아져 불확실해 하는게 없어지면 자신감은 따라오는 거고 자존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두 번째는, 내가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어떤 것에 대해 모르면, 내가 무엇을 모른다는 사실에 누군가가 놀리기 십상이다. 누군가에게 놀림받는 두려움을 감수하고도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게 되어야 하고, 나아가 놀리는 것을 신경 쓰지 않아야 한다. 사람은 당연히 모르는 게 있기 마련인데 그것에 대해 놀리는 사람이 이상한 거다. 물론, 너무 기본적인 것을 모르고 창피함을 몰라서도 안된다.

세 번째는, 새로운 것을 도전한다.
새로움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자존감은 두려움을 수용하거나 극복한 이후에 나오는 것인데, 그중 좋은 방법이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다. 사람은 늘 새로운 것을 원하고 그 방법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게 나의 생각을 바꾸는 일일 수 있고, 실제로 어떤 일에 새롭게 도전하는 일일 수 있다. 생각을 바꾸려 한다면 다른 시각에서 보거나 그런 척이라도 하면 새로운 생각을 잠시라도 가질 수 있어 생각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어떤 일에 새롭게 도전하는 것도 거창할 필요 없다. 집으로 가는 길을 조금은 돌아가더라도 새로운 길로 가본다던지, 일과를 제외하고도 하루에 20분 정도는 산책 겸 걷는다던지 하는 일도 충분히 도전이다.

지금 내가 끄적인 방법들이 최선의 방법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늘 최선의 방법만을 쫓는 강박도 내 불안함에 큰 기여를 할 거다. 중요한 건 지금 이 방법들은 내가 생각하고 나온 것이다. 나를 믿고 따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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