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끊고 나서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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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끊으며

나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책에 미쳐있었다. 특히, 자기 계발, 뇌 과학, 심리를 다루는 책은 보이는 대로 읽었으며, 마음에 드는 책은 이미 읽은 책임에도 별도로 구매하여 집에 소장하고 두고두고 읽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책을 전혀 읽지 않는다.

1년 전쯤부터 책을 끊었던 것 같은데, 굳이 끊었다고 표현한 것은 시간이 모자라서, 바빠서 등의 이유로 자연스럽게 멀어진 것이 아니라, 어느 날을 기점으로 '책을 그만 봐야겠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나는 자기계발서을 중점으로 책을 읽었다. 특히, 책에서 제시하는 삶과 생각의 양식들이 모두 깊이 있는 삶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라고 느꼈고, 책에 나온 내용들을 내 실생활에 적용하기를 바랐다. 그렇게 하면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바른 삶을 살게 되는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었다. 읽었던 책들에서 제시하는 수많은 삶의 올바른 방식들이 있고 그것을 시도했지만, 늘 제대로 내 삶에 적용시키지 못했고, 결국에는 현실과 이상적인 삶과의 괴리감으로 인해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만 하면서 오히려 늘 하던 행동양식에 반감만 가지게 되었다.

물론, 책을 읽고 좋은 점도 넘치도록 많다. 생각의 깊이, 사람을 보는 눈, 이전에 비해 올바른 가치관 등을 정립하게 되어 더 나은 내가 되는데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전보다 행복한가를 물었을땐 아닌 것 같다.

 

내가 책을 읽고 나서 행복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아는데 실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몰랐었다면, 그것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죄책감 또는 실패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쪽 부분을 아예 고려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생활 패턴이 내 건강을 망치는 일이고, 내가 지금 먹고 있는 음식이 몸에는 굉장히 좋지 않은 음식이며, 지금 독서 또는 공부하지 않고 정해진 시간을 넘어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면 약간의 자괴감이 든다.

나는 자존감을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가 '성공에 대한 확신'이라고 생각한다.

성공에 대한 확신은 곧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되며, 이를 자존감이라고 생각하는데, 매번 더 나은 삶을 살거라 목표로 세워놓지만, 빈번히 실패하게 되는 나를 보면서 점점 성공에 대한 확신은 줄어들게 되고, 자존감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자존감 면에 있어서는 책을 아예 읽지 않기 전보다는 나은 것 같긴 하다.

 

다시 얘기로 돌아와서, 지금과 같은 이유로 나는 책을 읽는 것에 조금씩 거부감이 생기게 되었고, 결국에는 무지할지라도 책을 단 하나도 읽지 않았을 때와 비교했을 때, 지금의 내가 더 행복한가?라는 물음에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 이후로 책을 그만 보게 되었다.

 

독서를 끊은 지 1년째

오늘을 기점으로 독서를 안 한 지 거의 딱 1년째 되어가는 듯하다.

위와 같은 이유로 독서를 끊은지 1년째 되는데, 어떠한가?라고 스스로 돌아봤을 때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든다.

 

첫째, 확실히 이전 삶보다 행복감은 올라갔다.

이전에 책에 집중해서 읽었을 때는 '올바른 삶'을 사는 것에 집중했다. 올바른 삶을 사는 내가 대단하고 기특하다고 여겨 그러한 삶을 사는 것에 집중했었는데, 모두 벗어던지고 '그리 대단한 삶을 아닐지라도 나 나름대로의 삶을 만들었다'라고 생각한다.

 

둘째, 머리는 좀 나빠진 것 같다.

내 직업은 개발자인데, 하루종일 컴퓨터만 봐서 그런지 책을 끊어서 그런지 1~2년 전보다 두뇌 회전이 잘 안 되는 느낌이다. 또, 어휘력은 확실히 떨어졌다. 책 때문만이 아니라, 이전에 성공하지는 못했더라도 적용하고자 했던 올바른 삶들을 조금이라도 적용은 해놨었는데, 그런 생활양식들을 무시하고 내 위주의 생활양식을 갖다 보니 그런 걸 수도 있다. 어쨌든, 확실히 머리는 좀 나빠졌고, 집중도 잘 안된다.

 

다시 독서를 시작해볼까

독서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이전에 책을 읽고 불행해졌던 이유는, 무지한 상태에서 처음으로 좋은 삶의 양식, 사고방식들이 이것저것 내 머릿속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무조건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나를 불행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지금은, 굳이 누가 보기에도 멋진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나의 생활 방식을 정립하면서 나 자신이 생각하는 올바른 삶을 찾고 정립해야 한다고는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이 어찌 보면 더 나은 내가 되는데에 반감기라고 생각하고, 독서를 새로 시작해야겠다.

 

독서를 다시 하기에 앞서, 이번에는 이전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고쳐야 하는 게 있다.

첫째, 일반적으로 맞는 정보라고 한들 그것이 나에게 맞고 실행시킬 수 있는가를 따질 것.

둘째, 자기계발쪽과 같이 좁은 분야로의 독서를 하지 않고 폭넓은 분야의 독서를 할 것.

셋째, 이제는 생각을 다듬는 것만이 아닌 실용적인 지식을 얻기 위한 독서(ex. 주식, 부동산 등)도 할 것

넷째, 책을 골라 읽을 것

 

위 4가지를 유념하면서 책을 읽으면 이전과 같은 실수는 하게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혹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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