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기의 진짜 무서운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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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인식

내가 될 직업은 개발자로서, 절대 전자기기와 떨어질 수 없는 사이다.

그리고 일찍이 전자기기를 접한 밀레니얼 세대이며  처음 전자기기를 접한 나이는 5살로, 다른 친구들보다도 빠르게 전자기기를 처음 접했다.

 

처음 전자기기를 접한 시기 5살 정도로 기억하는데, 아버지가 나에게 장난 삼아 본인이 하고 계시던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한번 해보라고 말씀하셨는데, 마우스 클릭 등 잠깐 동안만 클릭 몇 번 해보라고 한 컴퓨터를 아버지 다리에 앉아 눌러붙어 게임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게임과 더불어 내 또래 친구들이 그러하듯 나 또한 심심할 때 SNS, Youtube 영상 시청, 네이버 기사 보기 등 언제나 핸드폰, 컴퓨터 중 하나는 손에서 놓지 않는다. 게다가 개발이라는 일 또한 컴퓨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나는 일+일상 모두 전자기기를 손에서 놓을 수 없다. 그리고 이에 대한 문제를 인식한 적은 없었고, 오히려 어른들이 일찍이 나를 걱정해 핸드폰 좀 놓으라고 핀잔을 놓으시면, 오히려 화를 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없던 생활을 2년(군대) 가까이 한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다음 굉장히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자기기의 진짜 무서운 점은 바로 "나 자신이 멍청해지는" 점이다. 그걸 실제로 경험하니 5살부터 20년 가까이 전자기기를 접하던 내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TV 프로그램, SNS, Youtube는 남이 만들어 놓은 창작물을 아무 생각하지 않고 그래도 받아들이는 행동이다. TV를 볼 때 공부할 때처럼 머리가 지끈거리고 '그만 쉬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가? 시청한 시간이 지나치게 긴 게 아닌 경우를 제외하고는 없을 것이다. 생각을 하지 않고 영상 속 재미있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 뇌는 생각을 멈추고 계속해서 퇴화한다. 그리고 뇌는 이것을 매우 좋아한다.

사람의 뇌는 애초에 고된 일을 힘들어하고, 적은 노력으로 큰 보상을 얻는 행위를 좋아한다. 예로 '814만분의 1' 확률인 로또를 매주마다 하거나, 공부보다 누워서 핸드폰 하는 행위를 들 수 있는데, 이런 행위들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여러분도 이해하실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다시 말하자면 뇌는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한다. 이를 '뇌의 가소성'이라고 하는데, 단순하게 말하자면 동물의 진화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기관이나 근육이 퇴화되듯 뇌 또한 마찬가지로 사용하면 진화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되는 개념이다. 군대에서 2년 가까이 전자기기를 접하지 않다가 전역 후 다시 틈만 나면 전자기기를 접하는 생활을 했다. 전자기기를 오래 사용할 때면 머리가 멍하고 깊이 있는 생각을 하기가 어려웠다는 문제점은 이미 인지하고 있긴 했지만, 갓 전역한 군인이 전자기기의 유혹을 이겨내기는 어려웠고, 지금까지 이 유혹들에 쌓여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현재 문제를 인식한 계기는 '최근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언어 능력이 떨어진 점'이다. 하나에 온전히 집중하기가 어렵고, 한 주제에 관해 길게 말할 상황이 놓일 때 이전보다 말을 정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이미 피상적인 행동에 찌든 나의 뇌가 더 이상 스스로 생각하기를 그만둔 것 같았다. 

 

문제 파고들기

몇몇 사람은 말할 것이다. "나는 전자기기 사용해도 별 문제 없던데?", "네가 예민한 거 아냐?"라고.

예외는 분명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전자기기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수동적으로 정보를 주입받기 위해 설계된 내용'이고, 예외인 사람들은 '수동적인 내용을 접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말이 어려웠을 수 있는데, 아까 예시로 들었던 'TV를 보며 생각을 너무 많이 해 머리가 지끈거린'적이 없다면 대부분 수동적으로 정보를 접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수동적으로 생각했다고 해서 자책할 필요는 없다. 애초에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라고 설계된 내용이라 그렇게 했다고 해서 스스로의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행위를 지속하면 할수록 뇌는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고쳐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개선

고쳐야 할 점을 생각해봤는데, '단순한 흥미 위주의 콘텐츠'를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포프의 시간관리법", "근육이 성장하는 과정 및 점진적 과부하" 등 '생각' 또는 '흥미+생각'을 해야 하는 영상 같은 경우는 지속해서 시청하고, "양아치 고등학생 참 교육"과 같은 영상이나 웹툰, 커뮤니티 인기 게시글, 핸드폰 게임, 웹 서핑 등 단순 흥미 위주의 내용을 중지하기로 했다.

 

효과

총 한 달간 시도해 본 결과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정말 흥미로운 점은 '단 하루만 실시해도 빠르게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이고, 가장 훌륭한 성과 두 가지는 "평소 활동 습관의 개선"과 "현실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첫 번째 평소 활동 습관의 개선에 대해 설명하자면, 흥미 위주의 콘텐츠 시청을 금지하다 보니, 할게 없어졌다. 생각보다 나는 일상의 많은 부분을 흥미 위주의 콘텐츠에 시간을 쏟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제 뭐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놓았던 책을 읽고, 취업을 위한 준비와 신경 쓰지 않고 있던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하거나 산책을 다니는 등 별거 아니지만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두 번째 현실에 대한 집중은, 전자기기를 줄임으로써 모니터 속 세상에 빠져들어 현실에 대한 생각이 줄었던 나에게 현실 그 자체를 가져다주었다. 내 방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창문 밖 풍경을 더 바라볼 수 있었다. 원래도 친구와 놀거나 여자 친구를 만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집안 활동과 바깥 활동을 겸했었는데, 밖에서는 현실에 대한 자각을 하지만 집안에서는 현실에 대한 감각이 무감각했던 것 같다. 

 

정리

현대 사람들이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젊은 친구들의 소유물이었다면, 최근에는 우리 부모님 세대 또한 전자기기에서 손을 놓지 않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전자기기는 '당장의 행복을 주지만 가까운 미래의 행복은 앗아가는' 양면을 가진 존재다. 각자 목표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더 충족감 있는 하루를 위해서는 반드시 전자기기와 멀어질 필요성이 있다. "다시는 유튜브를 보지 않는다", "앞으로는 공부에만 집중한다" 등 거창한 마음가짐은 필요 없다. 그저 단 하루만 전자기기와 먼 세상을 보내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평소에 보지 못한 것들을 인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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