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욕과 물욕에 대한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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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이전부터 내가 소비욕과 물욕이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잘 타고 다니지도 않을 전동 킥보드를 구매하고, 이어폰 하나에 30만 원을 쓰고, 집안 가구를 계속 바꾸고, 월급만 한 노트북을 장만하고, 약정이 지나지도 않은 채 휴대폰을 바꾸고, 아이패드를 사는 등 꽤나 물욕이 심하다. 하지만, 물욕은 꽤 있다는 걸 알고 있어도 소비욕 또한 이렇게 심한 줄은 몰랐다. 지금까지 없이 자라다가 스스로 돈을 벌어서 그런가 뭐 이렇게 펑펑 써대고 다니는지 모르겠는데, 저번 달 신용카드값만 100만 원 정도 나오고, 다음 달은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는데 15일 만에 90만 원 가까이 지출을 했다. 이대로는 안된다. 이대로는 금전적으로 정한 내 목표점에 도달할 수 없다. 소비 벽을 고칠 때가 됐다.

분석 및 반성

나는 어디에다가 이만한 돈을 쓰고 있는 걸까? 먹은 다음 공허함만 남는 치킨, 그때의 기분에 따라 쏜 음식값, 그때의 기분에 따라 산/사준 물건, 그때의 기분에 따라 즐긴 행동들에 돈을 쓴다.

 

소비욕부터 알아보자. 어디에도 쓰지 말라는 건 아니다. 다만, 쓴 다음에 후회할 만한 돈은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카페에 가서 공부했을 때 커피값 6000원? 아깝지 않다. 여자친구와 즐겁게 즐긴 방탈출 2만 원? 아깝지 않다. 하지만, 그리 배고프지 않고 크게 먹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도 시킨 치킨을 배부른데도 꾸역꾸역 1마리 다 처먹고 배에 지방만 생기게 된 2만 원의 지출은 너무나도 아깝다. 그리고 가장 한심한 점이 뭐냐면, 나는 그렇게 될 걸 알면서도 치킨을 주문했다는 것이다.

나는 왜 소비욕이 이렇게 강해지게 된 걸까?

내가 보기에 첫 번째는, 내가 이 돈을 사용함으로 인해서 어떤 것들을 못할지에 대한 분간이 없다.

2만원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사용하는데, 이 돈들이 쌓이면 40만 원이 되는 거고, 한 달에 40만 원이라는 비용은 나에게 큰돈인데, 한 번 한 번에 이런 숫자들이 가볍게 여겨져 사용하게 된다.

두 번째는, 과시욕이다.

실제로 누군가에게 보여주거나 하지는 않더라도, “나 그래도 그렇게 궁핍하게 살진 않아”라고 나에게 스스로 되뇌는 거다. 배고플 때 치킨 못 시키는 것, 후식을 너무 먹고 싶은데 가격 걱정 때문에 먹지 못하는 나에 대한 애정, 남들 다 있는 아이패드 나만 없는 그 감정 등등 쓸데없는 것에 에너지를 소비하고 금전을 소비하고 있다.

 

다음은 물욕이다. 메커니즘은 소비욕과 비슷하다. 다만, 한 번에 그 금액이 엄청나게 크다. 이미 노트북에 펜슬이 존재하는데 뭐가 또 그렇게 갖고 싶어서 새로운 펜슬을 사려고 하는지. 이미 아이패드가 있으면서 더 크고 베젤 없는 걸로 사고 싶은지. 뭐가 그렇게 더 멋있는 건가. 관심 없는 사람이 보기에는 거기서 거기다. 살 거면 한 번에 제대로 사고, 후회하지 않을 만한 행동을 해야 한다.

 

어떻게 고칠까?

내가 보기에 가장 확실한 정답은 신용카드를 없애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신용카드를 사용할 자격이 없다.

돈이 아주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신용카드는 똑똑하게 써야 한다. 마치 체크 카드를 쓰는 것처럼 신용 카드를 쓰는 사람은 정말 현명한 소비 생활을 하고 있는 거지만, 난 그렇지 못하다. 체크카드에 한 달에 40만 원만 남겨두면 그 돈밖에 없으니 당연하게도 더 사용할 생각을 못하겠지만, 신용 카드는 당장 지출이 눈에 보이지 않거나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무분별하게 사용했다. 나는 그런 바보 같은 사람이 아닌 줄 알고 사용했었는데, 나 또한 그 바보였다.

정리

아직 돈, 특히 지출에 대한 내 생각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지금까지 실수해 왔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환경을 더 편하게 하고 싶다는 욕심, 남들에게 없어 보이지 않고 싶다는 욕심, 남들 만큼은 살고 싶다는 욕심, 나에 대한 연민 등등 때문에 의미 없는 소비를 해왔다.

지금까지 딱히 이 주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없어 지금껏 내 기준 큰 지출을 해왔지만, 나의 소비욕과 물욕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확인했고, 나에게서 신용카드를 빼앗으며 앞으로는 이렇게 무분별한 지출은 없도록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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